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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Science)

2023년 노벨물리학상 - 1/1,000,000,000,000,000,000 초를 측정할수 있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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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는 아토초(atto seconds, 1/1,000,000,000,000,000,000초, 100경 분의 1초) 단위의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공헌한 세 명의 물리학자 Anne L’Huiller, Pierre Agostini, Ferenc Krausz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발표하였다.

 

Anne L’Huiller
Pierre Agostini
Ferenc Krausz

2023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 좌측부터 Anne L'Huiller, Pierre Agostini, Ferenc Krausz (출처: nobelprize.org)

 

 

100경 분의 1초라니.. 상상조차 되지 않는 찰나의 순간이다.

 

아토초비교
출처 : www.nobelprize.org

 

 

위 그림은 1아토초가 어느 정도 짧은 시간인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의 나이 약 130억년 정도를 초단위로 환산하면 100경초가 된다. 그러니까 1아토초는 우주탄생의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기간 동안 단 1초에 해당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

 

 

 

움직이는 피사체의 사진을 찍을때 결과물이 뚜렷하지 않고 흔들린 상으로 나온 경험을 많이 해보았을 것이다. 이것은 카메라 셔터스피드가 움직이는 피사체가 시간당 이동하는 거리보다 느린 경우 나타난다. 예를 들어 벌새의 경우 1초에 대략 200번 내외의 날개짓을 하는데 카메라의 셔터스피드가 그보다 빠르다면 벌새가 멈추어 있는 듯한 선명한 사진을 얻을수 있고 그것보다 느리다면 벌새의 날개는 뿌옇게 보일 것이다.

 

미시 세계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데에도 마찬가지 원리가 적용된다.

원자는 원자핵과 그 주변을 도는 전자들로 구성되어 있고 전자들은 특정 궤도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현대 양자역학의 이론에 따르면 원자핵 주변을 도는 것은 아니고 특정 궤도(orbital)에 확률적으로 분포하고 있다고 한다. 

원자핵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s,p,d,f등의 궤도가 존재하는데 전자의 퍼텐셜에너지(위치에너지)는 원자핵에서 멀어질수록 커진다. 즉 s 궤도보다 p궤도에 존재하는 전자의 위치에너지가 더 크며 특정한 상황에서 만약 에너지를 얻으면 더 높은 궤도로 이동할 수 있고 에너지를 잃으면 더 낮은 궤도로 이동할 수 있다(들어갈 자리가 있다면).

 

그런데 여태까지는 전자가 궤도 사이를 움직일 때 순간이동을 한다고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전자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기존의 측정기술로는 그것을 측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토초 단위의 측정기술이 개발되면 전자의 움직임도 포착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여태까지 확률적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원자 내에서 전자의 위치나 움직임을 더욱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기는 것이고 이러한 이유로 이 기술의 발전에 공헌한 3명의 과학자에게 노벨상이 수여되게 된 것이다.

 

그러면 노벨상 수상자인 3명의 과학자의 업적을 간략히 살펴보자

 

1. Anne L’Huillier

1958년 프랑스 파리에서 출생하였으며 소르본 대학교 파리 6 대학인 University Pierre and Marie Curie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스웨덴의 Lund University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녀와 그의 동료들은 1987년 파리 연구실에서 적외선 레이저 광선을 비활성기체(noble gas) 사이로 통과시키면 다량의 강력한 배진동(overtone: 기본 진동의 주파수에 2이상의 정수를 곱한 주파수를 갖는 진동) 들이 발생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overtone
배진동(overtone)의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 (nobelprize.org)

 

 

이러한 배진동은 레이저 광선에 의해 비활성기체 원자들의 전자가 이동하면서 발생하게 된다.

레이저 광선의 영향을 받으면 비활성기체 원자들의 전자기장이 뒤틀리게 되고 이로 인해 전자의 움직임을 억압하고 있는 힘이 약해지게 되면 전자들은 포텐셜 장벽을 극복하고 원자핵으로 부터 더 먼 궤도로 떨어져 나갈수 있게 된다(이를 양자터널 효과라 한다).

하지만 원자핵의 구속에서 벗어난 전자들은 레이저 광선이 만들어내는 전자기장의 변화로 인해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게 되며 이 때 위에 서술한 내용처럼 더 낮은 에너지준위를 가진 궤도로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에너지를 방출하게 된다. 이 때 방출되는 에너지는 자외선 섬광 형태로 레이저 광선과 연결되고 파장은 전자가 움직인 거리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만약 특정한 조건이 만족되면 이러한 배진동 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일련의 규칙적인 아토초펄스를 만들어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러한 진동은 몇 백 아토초 정도 지속될 수 있음이 이론적으로 검증되었다.

 

 

2. Pierre Agostini

1941년 프랑스령 튀지니에서 태어났으며 1968년 Aix-Marseille University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미국의 오하이오 주립대학 교수이다.

그는 아래 그림과 같이  Anne L’Huillier의 이론을 실험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내었다.

 

아토초펄스 실험장치
(nobelprize.org)

 

위 실험장치에서 발사된 레이저 광선은 두 갈래로 나누어 져서 하나는 비활성기체를 통과해 아토초펄스를 만들고 다른 하나는 진행속도를 늦추어 나중에 두 광선의 상이 일치하도록 만들어 아토초펄스가 250아토초 동안 지속됨을 확인하였다.

 

 

 

3. Ferenc Krausz

 

1962년 헝가리에서 출생하였으며 오스트리아 빈공과대학에서 1991년 박사학위를 수여하였고 현재 막스플랑크 연구소 디렉터이자 독일  Ludwig-Maximilians 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는  Pierre Agostini와 거의 같은 시기에 아토초 펄스 하나를 분리해 낼수 있는 기술을 고안해 내었으며 650 아토초 동안 지속되는 과정에서 원자핵에서 전자가 떨어져나가는 현상을 관찰하는데 사용하였다.

 

 

 

현재 이러한 기술은 더욱 발전하여 몇십 아토초 단위까지 측정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였다 한다. 이제 그동안 미지의 영역이었던 원자 내, 혹은 원자, 분자간의 전자의 움직임에 대한 더욱 심오한 연구가 가능하게 됨으로써 전자기학 뿐만 아니라 의학 등 여러 영역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직도 이 세상은 인간이 알 수 없는 사실들로 가득하지만, 하나 하나 그 비밀을 파헤쳐 나가는 과학자들을 보면 그저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언젠가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가 나올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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